오늘 JTBC뉴스룸을 보다가 정말 말도안되는 뉴스를 하나 접했다. 학부모들이 코딩을 단순히 입시로만 생각하고 자녀를 수백만원짜리 코딩캠프를 보내고, 거액을 주고 학원을 보낸다는 것. 이 기사를 접하고 내 두 눈과 귀를 의심했다. 과연 캠프와 학원을 보내는 학부모들이 '코딩'이 뭔지는 제대로 이해는 하고 있는것일까? 이 사람들이 '코딩'을 단순히 '수학'이나 '영어'같은 과목으로만 생각하고 있는게 아닐까? 그리고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코딩' 조기교육 열풍…800만원짜리 캠프까지 등장>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oid=437&aid=0000118700
본인은 컴퓨터공학과 학부생이고 방금전까지도 '코딩' 이란걸 하고 온 사람이다. 이 글을 읽는 학부모들중에 "어린 대학생 따위가 뭘 안다고 나불대는것이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을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물어보자. 어린 대학생조차도 알고있는 당연한 사실을 왜 당신은 모르고 있는것인가? 코딩이란건 결코 수학처럼 공식이 정해져있고 정형화 된 문제가 있는 그런 과목이 아니라는 사실을 왜 모르고 있단 말인가?
자 아래 설명을 보자.
(1번 문제)
(2번 문제)
여기서 생각해보자.
<학생들은 1번문제와 2번문제 중 어느것을 더 재미있게 풀까?>
<1번문제와 2번문제중 논리력과 사고력을 더 필요로 하는건 무엇인가?>
1번문제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수학시간에 배우는 이중근호에 관한 간단한 예제문제이다. 이걸 푸는 공식은 딱 정해져있다.
라는 공식이 정해져있고 학생들은 눈만 달려 있다면 여기에 맞는 숫자를 대입해서 답으로 적기만 하면 된다.
2번문제는 공식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 <성냥개비 갯수의 정리> 같은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까? 바로 논리력과 사고력을 통해 우리는 "이렇게 옮겨보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해보는건 어떨까?" 라며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풀게 된다. (학생들을 비롯해서 이 문제를 보고있는 당신조차도 2번문제가 더 흥미로울것이다.)
코딩이란건 바로 2번문제를 푸는 과정과 같다. 코딩이란건 단순히 말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행위> 이고 이 프로그램을 만들때는 정해진 공식이란게 없다. 자신이 원하는것을 마음대로 만들면 그만인 것이다. 코딩을 하기 위해 영어 선행학습을 하고 이산수학을 배운다는 학원이 생겨나고 있고, 이런 학원들은 교묘한 말을 통해 학부모를 낚기 시작한다. 뭐 입시에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진짜 아무 의미 없는 짓거다.
코딩이란것은 학생이 흥미없어 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고 결국에는 수학과 영어같이 따분하지만 어쩔수없이 하게되는 그런 과목으로 전략해버린다. 각종 선진국을 비롯해서 우리나라도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초중고 수준에서 높은 수준의 컴퓨터 언어를 사용할줄 아는 능력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저 게임하듯이, 퍼즐맞추듯이 배울수있는 <스크래치> 같은 코딩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코딩이란건 대충 이런것이다"라는걸 알려주는것이지 결코 어려운 수준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등학생들이 게임하듯이, 퍼즐맞추듯이 코딩을 접하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도 OO를 만들어보고 싶어" 그리고 그 학생은 스크래치를 통해 자신이 만들고 싶어하는 프로그램을 미숙하지만 간단하게라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이렇게 해보면 되지 않을까?", "이런 방법이 있었네!" 라며 마치 아기처럼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여기서 정부가 말하는 '사고력과 논리력' 그리고 '창의력'이 학생들에게 형성된다는 것이다. 즉 코딩은 이런 사고과정이 필수적이며, 입시를 위한 코딩은 '창의력과 사고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여러분이 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나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도 남들이 시켜서 하는 코딩이 아닌, 자신이 재미있어하는 코딩을 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정부도 결코 '코딩'과 입시와는 연결시키지 않을거라고 내 모든걸 걸고 확신한다. (나같은 학부생도 이해하고 있는 간단한 사실들을 교육정책 짜는 실무자들이 모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코딩' 이라는 과목은 '미술', '체육', '기술과 과정' 같은 예체능과목 처럼 성적에 연연하지않고 즐기는 과목이 될 것이고, 여기서 흥미를 느끼는 학생들이 예체능계열로 진학하는것처럼 코딩도 흥미를 느끼는 사람만 컴퓨터 소프트웨어 계열로 진학하면 되는 그런류의 과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코딩교육을 장려하는 이유도 어렸을때부터 흥미를 느끼고 컴퓨터계열로 진학하려는 숨은 보석들을 빨리 발굴해내기 위해서기 때문.
결론적으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제발 자식 못잡아먹어서 안달이난 우리나라 학부모님들 무의미한 짓거리 좀 하지 마시길 바란다. '코딩 장려 정책'은 우리나라 미래를 이끌어나갈 매우 중요한 교육 정책 중 하나인데. 그 치맛바람 때문에 망치려 들지 마라. 자기 자식 의사나 변호사 같은 컴퓨터랑 아무런 상관 없는 직업 시킬꺼라면 코딩 교육 시키지 않길 바란다. 흥미도 없는 코딩 억지로 가르쳐서 대회에 상이나 타도록 하는건 자기 자식 하나만 망치는게 아니라, 당신 자식때문에 '진정한 코딩 보석'들이 빛을 못 볼수도 있다는걸 제발 간곡히 부탁하는데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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