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일 새벽 0시 55분 길고 길던 남북고위급회담이 끝이 나고 새벽2시에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관진 안보실장이 고위급회담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했습니다. 결과를 보니 참으로 황당합니다. 북한 지뢰도발로 시작된 남북대결상태에서 유리한건 분명 우리 남한이었습니다. 하지만 공동합의문 내용을 보면 북한은 유감으로만 지뢰도발사건에 대해 입장표명을 했고 온통 두루뭉실한 내용 뿐이었습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정권에 매우 치명적입니다. 지뢰 도발사건으로 인해 우리 두 장병의 다리가 날라가자 보복차원에서 시작한것이 바로 대북 확성기 방송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제대로된 사과도 안했는데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북한은 오히려 이 사안을 가지고 북한내부체재를 결속시키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황병서는 25일 평양에서 "지뢰도발은 무근거한 사건", "남한당국은 심각한 교훈을 얻게 되었을것" 이라며 공동합의문이랑 전혀 딴판의 내용을 대외적으로 발표했습니다.(http://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mid=etc&sid1=111&rankingType=popular_day&oid=001&aid=0007813034&date=20150825&type=1&rankingSeq=2&rankingSectionId=100)
최소한 공동합의문 내용에 '지뢰 사건' 이 아닌 '지뢰 도발' 이라고 명시했었어도 이런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겁니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목표는 단 하나입니다.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키고 남한을 자기네들 유리한쪽으로 길들이는 것이죠. 북한은 유감이라고 사과하는 척, 반성하는 척 하면서 북한정권에 치명적인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키는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또한 남한에서 먼저 이산가족상봉과 민간교류를 확대한다고 제의해오니 북한 입장에서는 부수적으로 돈 뜯어낼 궁리를 할 생각에 좋아 미칠 지경일겁니다.
개인적으로 이산가족상봉은 꼭 합의문에 넣어야 할 정도로 급한 문제였는지 궁금합니다. 이산가족상봉이야 박근혜 정부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는 하나의 이벤트로 박근혜정부 입장에서는 간절했겠죠. 하지만 이산가족상봉을 조건으로 우리 스스로 협상에서 우위를 잃어버린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우리측은 이번 협상에서 더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북한에 유리한 쪽으로 끌려갔습니다. 단 하나 교훈을 얻었다면 북한이 먼저 도발해오면 '강경대응' 이 가장 좋은 대처방안이란걸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또한 대북확성기만으로도 북한이 먼저 대화를 제의해올정도이니 장기적으로 대북확성기라는 좋은 협상카드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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