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기사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전쟁은 피해가 너무 크니까 북한이랑 평화협정을 맺자는 댓글들이 넘쳐났다. 내가 과연 자주민보 게시판을 보는건지 네이버 기사 댓글을 보는건지 헷갈렸다. 문베충들은 '평화 = 좋은거, 전쟁 = 나쁜것' 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갇혀서 '평화협정' 이라는 단어 하나만 보고, 평화협정이 무얼 의미하는것인지, 어떤 영향이 있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북미평화협정. 말그대로 북한과 미국사이에 평화협정을 맺는다는것이다. 무력충돌없고, 서로 말싸움하지 않고 정말 대충보면 좋은것처럼 보인다. 트럼프가 맨날 북한을 욕하고 있으니, 미국과 북한만 서로 화해한다면 전쟁이고 뭐고 없을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국은 지난 60여년간 주한미군을 주둔시켜놓고 있는 중이다.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유는 당연히 '북한의 위협'이고 거시적으로 보면 북한과 더불어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도 억제시키기 위해서다. 만약 평화협정을 맺게 된다면 북한과 싸울 이유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이는 당연히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진다.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미국은 한반도문제에 손을 놓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북한은 더욱 빈번히 한국에 국지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국지도발을 하더라도 미국은 평화협정을 맺었기 때문에 터치할 수 없다. 오로지 한국의 힘으로만 국지도발에 대응해야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완료했다면? 국지도발에 대응할 시 핵무기를 서울에 떨어트리겠다고 협박이라도 한다면 우리나라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마땅한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북미평화협정을 맺는다고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지 않을거란 보장이 없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 평화협정 맺은거지 한국이랑 맺은건 아니니까)
또한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문제에 더욱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할 것이다. 중국은 서해와 남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할 것이고, 러시아도 골칫거리로 생각하던 미국이 한반도에서 빠지니 싫어할 수가 없다. 북한이 평화협정을 맺고 난 뒤 미국경제권에 편승한다는 시나리오도 생각 가능하지만, 이미 북한경제에 대부분이 중국에 예속된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그렇게 흘러갈 가능성은 없다고 보여진다.
'평화협정' 단어자체는 참으로 좋은 것처럼 보인다. 진심으로 본인들이 이상주의자인지, 아님 문재인정권에 대한 충성심인지는 모르겠지만 평화협정을 맺는 순간 '코리아 패싱'이 더욱 심해질것이 분명해 보인다. 미국이 한반도에 손놓는 순간 북, 중, 러 이 세 나라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 장치가 사라지는것이고, 문베충들이 댓글로 흔히 말하는 '자주적 통일' 이니 뭐니는 물건너가는것이다.
한반도 문제에는 미국만 얽혀있는게 아니다. 미국이 철수한다고 자주적통일이 되는것도 아니고, 전쟁위협이 사라지는것도 아니다. 한반도 문제의 모든 근원을 미국으로부터 찾는다는건 정말 잘못된거다. 내가 친미주의자라서 그런게 아니고 현실이 그렇다는거다. 제발 '평화' 라는 단어에 속아서 '평화협정' 맺자고 하지 말기를 바란다. 평화협정 맺는순간 지금보다 더 지옥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테니까.
북미평화협정 맺자고 한반도 디톡스니 뭐니 서명받는애들 정신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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