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진의원들과 수도권 낙선의원들은 선거 참패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려고 노력하는 반면, 영남 중진과 토호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이렇게 어물쩡 넘어가서는 안된다. 수년 전부터 TK자민련화 된다는 소리가 꾸준히 나왔는데, 정말로 그렇게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미래통합당은 국민 선택을 받지 못했다. 미래통합당을 좋아서 찍어준 사람들 보다는, 정부여당이 너무 독점해버리면 안 되니 견제라도 해야 하기 때문에 찍어준 사람이 대다수다. 어쩌다가 제1보수정당이 이따위로 몰락했는가?
현재 보수정당의 최우선 가치는 '반공'과 '자유'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빼놓을수도 없으며, 좋은 이념들이다. 하지만 그 이념을 뒷받침하는 이론들과 지지자층의 마인드는 너무나도 낡았다. 그렇기 때문에 개혁하고 바뀌어야 한다. 보수정당이 가져야 할 가치와 이념을 국민들에게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또한 구태정치로부터 완전한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 막말과 싸움, 저속한 언행은 보수정당의 품격과도 맞지 않는다. 무조건 발목 잡기 식 그림을 연출해서는 안된다. 반대 진영에서 구축한 프레임에 그대로 넘어가서는 안된다.
가치와 이념 재정립
반공
반공은 우리 보수진영의 가장 큰 이념 중 하나였고, 선거전략에서 항상 최우선순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구닥다리다. 물론 반공이 무조건 나쁘다 이런 것은 아니다. 바뀐 시대상황을 반영하자는 것이다. 과거에는 우리나라가 북한보다 못살던 시절이 있었고, 국민 다수가 이념적으로 반공이라는 정신적 무장이 필요하다는 것에 국민들이 대다수 암묵적 동의했고, 그게 선거전략으로 먹혔다. 하지만 지금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수진영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국민 대다수는 북한이 문제 국가이고 불량국가인 것에 동의한다. 그렇지만 80년대식 대북 강경 정책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북한이 도발하면 그에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성은 느끼지만, 평시에는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누가 긴장감이 조성되고, 불안감이 항상 생활에 존재하는 그런 상황을 원하겠는가?
또한 빨갱이타령도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빨갱이 타령인가? 대한민국은 더 이상 공산주의에 쉽게 넘어갈 그런 나라가 아니다. 시장경제가 생활 전반에서 작동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정과 공교육에서 철저히 교육받고 있다. 국민들 중 0.1%도 안 되는 극소수의 사람들 빼고는 아무도 북한 체제를 동경하지 않는다. 그런데 보수정당은 아직도 빨갱이 타령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지지자들이 더 극성이다. 지지자들의 이런 행태는 설득하고 끌어와야 할 반대 진영과 중도진영에 반감만 불러온다. 그리고 대다수의 젊은 사람들은 공감하지 못한다.
아래와 같은 세대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게 우선이다.
전후세대
"북한이랑 빨갱이들은 무조건 쳐죽여야해! 니들도 거기에 동의하지? 안 하면 빨갱이야!"
밀레니엄 이후 세대
"북한 나쁜나라인건 알고 있어, 근데 북한 좋아하는 사람이 존재하긴 해? 왜 빨갱이니 뭐니 난리 치는지 모르겠어"
자유
자유라는 가치에 대해서 보수진영은 명확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유라는것은 아무런 신체적, 사상적 구속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보수진영 지지자들이 흔히 '자유우파' 이런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자유우파' 말은 참 멋지다. 하지만 보수의 근간을 이루는 박정희는 독재정권이었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군부 쿠데타를 통해 독재정권을 수립했다. 보수진영 일부는 단순히 북한 공산독재정권에 반대되는 의미로 한정시켜 '자유'라는 단어를 남발한다. 즉 북한에 반대하기만 하면 스스로 '자유우파'라고 외치는 것이다. 보수진영은 이 자유라는 가치를 재정립하고, 지지자들에게 주지 시킬 필요가 있다. 시장자유를 최우선으로 하는 '자유' 가치를 내세운 정당이 되어야 한다. 기업이 좀 더 제약 없는 상황에서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자유무역을 장려하는 경제정책이 우선적인 정당이 되어야 한다.
친일과 반일문제도 정리시킬 필요가 있다. 나는 제일 이해 안 되는 것이 왜 보수진영 스스로 친일이라는 프레임에 들어가 버리는지 모르겠다. 무조건적인 반일을 장려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최소한 친일 프레임에 들어가지 말자는 것이다. 임시정부와 항일의 역사는 보수진영에서야말로 가장 큰 자랑거리다. 근데 왜 진보진영이 이것들을 가져갔는지 모르겠다. 일본과 친하게 지내면 좋다. 하지만 일본의 잘못된 역사관과 외교적 시비에는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일본 외교
특히 반일종족주의 같은 잘못된 역사관을 가진 자들을 정치권에 끌어와서는 안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역사관은 일제강점기 항일에서 시작한다. 전 국민이 초중고에서 역사시간에 이러한 역사를 배운다. 근데 정식으로 인정받지도 못한 역사관을 들고 와서 그걸 정치권에 접목시키려니 사태가 커졌다. 토착 왜구라는 프레임이 생겼다. 그런 것들은 철저하게 학문적인 영역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자정작용이 이루어지거나, 진짜 주류역사관으로 인정을 받거나 해야 하는데, 정치권의 몰상식한 몇몇 의원과 지도부는 그걸 정치영역으로 끌어왔고, 그게 보수의 가치인 것처럼 떠들어댔다. 그러니 전국민적인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다 > 정치와 사회에 대해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미애 아들 미복귀에 대한 의문점 (0) | 2020.08.31 |
---|---|
민경욱의원의 'follow the party' 은 과연 가치가 있는 주장인가? (2) | 2020.05.21 |
선거조작으로 보수는 망했다. (0) | 2020.04.20 |
<4.13총선> 보수진영의 비정상적인 구조와 개혁 (0) | 2020.04.17 |
<4.13 총선> 보수 참패의 원인 - 정책과 대안 (0) | 2020.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