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내용은 직접 한포진을 겪으며 어떻게 관리했는지, 느낀 점은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올리는 글이다. 어떤 피부병이든, 피부병은 한번 고생하기 시작하면 정말 괴롭다는 점이다. 스트레스도 엄청 받고, 정상적인 생활 패턴이 무너지기 때문에 정말 괴로운 병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봐도 나오는 것은 각종 병원과 한의원, 건강식품 광고 이기 때문에 이렇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포스팅한다.
발병 과정
(혐오스러운 사진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한포진이 생기기 전 바뀐 생활 패턴들:
- 일주일에 두 번씩은 하던 운동 (홈트레이닝, 근력운동 위주) 중단.
- 인스턴트 아메리카노를 매일 마시기 시작함.
- PB-1을 이용한 집 청소 및 세차
7월 16일 이전
발바닥에 벌레 물린 자국이 3개가 생긴 걸 확인. 흔히 모기 물리고 나서 시간 좀 지나면 작은 딱지가 생기듯이, 그런 자국이 삼각형을 이루고 발바닥에 생겼다. 이 자국들이 약 3주 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3주동안 아무런 가려움, 자극이 없었고 말 그대로 흔적만 있던 상태였다.
7월 16일
그 벌레 물린 자국이 있던 부위에서 미세한 간지러움이 느껴지더니, 이내 곧 수포가 생기기 시작함. 이때까지만 해도 습진이 생겼구나 생각했다.
7월 16일 이후
수포 부위가 점점 커지더니, 거의 엄지손톱만 한 노란 농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걸을 때마다 농 부위가 계속 자극이 되고,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했다. 농 부위를 압박하면 욱신거리는 느낌이 들었고, 농 부위 주변을 터치하면 가려움이 있었다. 이건 단순한 습진이 아니구나 싶어서, 바로 동네에 있는 피부과로 갔다. 거기서 1차적인 소견은 습진 균인지 무좀균인지는 균 검사를 안 했기 때문에 모르나, 노란 농이 차오른다는 것은 세균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고, 먹는 스테로이드제와 에스로반이라는 연고를 처방받았다. 농을 터트려도 괜찮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따라, 샤워 후 발바닥에 있는 농을 터트렸고, 알코올 스왑으로 소독하고 에스로반을 하루 두 번씩 매일 발랐다.
처음에 스테로이드를 5일 치를 처방받았다. 월요일에 처방받아서 금요일 저녁에 다 먹었는데, 일요일쯤 되니 다시 수포가 번지기 시작하는 게 보여서, 그다음 날 다시 피부과에 가서 먹는 스테로이드를 다시 처방받았고, 트라보코트라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받았다. 약을 다 먹고 나서는 완전히 나을 때까지 이 연고를 바르라고 했다.
8월 2일
한창 스테로이드 먹고 있을 때 모습. 투명한 수포가 완전히 사라졌고, 기존에 있던 수포는 삭아가는 게 눈에 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가만히 내버려두면 다 낫겠구나 하며 방심하고 있었다.
8월 11일
완전히 다 나아간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발바닥에 투명한 개구리알 수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말 이게 내 발바닥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징그러웠다. 이 수포들이 발바닥에서 발볼 쪽으로 퍼져가기 시작했다.
8월 18일
이 투명한 개구리알 수포들이 발 옆부분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신발을 신을 수가 없을 정도로 가렵기 시작했다. 특히 신발을 신으면 계속 자극이 되기 때문에 이때는 밖에 나가기가 사실상 힘들었다.
8월 20일
가려움이 최고치일 때. 자고 일어나면 수포들이 새로 생겼고, 기존에 있던 수포들은 서로 뭉쳐서 더 커지기 시작했다. 살짝 터치만 해도 엄청 가려웠고, 특히 밤이 되면 더욱 가려웠다. 안 그래도 여름이라 더워서 잠자기 힘든데, 가려움까지 수반하니 잠을 제대로 자기 힘들었고, 스트레스는 더욱 받아갔다.
8월 22일
8월 24일
이때부터 정말 안 되겠다 싶어서,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바늘로 무조건 수포를 터트려줬다. 바늘로 터트리기 전, 후에는 반드시 알코올 스왑으로 소독을 했고, 소독 후에는 에스로반을 발라줬다. 자기 전에는 트라보코트를 발라줬다. 이때는 정말 이대로 살다 간 스트레스로 죽겠다 싶어서 독하게 마음먹었다.
우선 생활을 전반적으로 되돌아봤다. 여름이라서 편의점에서 파는 커피 팩음료를 박스째로 구매해놓고, 매일 한잔씩 먹었는 게 문제인가 싶어서, 커피를 끊었다. 더워서 잠시 미뤄뒀던 근력운동 위주의 운동도 가볍게 다시 시작했다. 길게는 못해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만 해줬다.
8월 26일
역시나 터트리고, 소독하고, 연고 바르는 걸 계속했다. 이때부터 서서히 수포들이 갈변화 되면서 삭아가는 게 보였다. 투명한 수포들이 계속 생기지는 않았고, 기존에 생긴 것만 유지되기 시작했다.
8월 27일
자기 전에 트라보코트 연고를 듬뿍 발라줬다. 스테로이드 연고는 부작용이 먹는 것에 비해 매우 약하기 때문에, 겁내지 않고 듬뿍듬뿍 발라줬다.
9월 6일
더 이상 수포는 생기지 않고, 수포들이 생겼던 부위는 각질화가 진행되고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하루에 한번 자기전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아주 얇게 발라주기 시작했다.
9월 13일
더이상 수포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고, 각질들이 서서히 떨어져 나가며, 새살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이후 현재 11월 8일 기준으로 각질도 깔끔히 사라지고, 다시 옛날의 발 모습이 돌아왔다. 이 이후로 커피를 다시 마시기 시작했고, 생활패턴도 조금 느슨해졌다. 하지만 수포는 다시 생기진 않는다. 여름이 다시 찾아오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괜찮다. 한포진으로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는다.
그래서 결론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한포진 발병 기준으로 내 생활에 바뀐 점이 없나 잘 살펴보고, 개선을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관리만 제대로 해준다면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 만약 한포진 발병 초창기라면, 제발 놔두지 말고 바로 병원에 가서 스테로이드든 뭐든 약을 처방받고 초장에 잡아버리기 바란다. 한의원 이런데 말고 피부과를 가길 간곡히 부탁한다. 나는 맨 처음에 작은 수포가 올라왔을 때 그냥 습진인가 싶어서 일주일정도를 방치했더니 수포가 겉잡을수 없을정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아직도 후회하는것은 작은 수포가 올라왔을때 바로 병원에 가지 않은 것이다. 그때 가기만 했어도, 위와 같은 고통의 시간은 겪지 않았을 것이다.
- 먹는 스테로이드는 짧고 굵게 사용해야 한다.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이 심하기 때문에 정확한 용법을 지켜야 한다. 바르는 스테로이드 연고의 경우에는 연고 한통을 다 써도 괜찮을 정도로 부작용의 위험성이 적다. 그러니 스테로이드 연고를 하루도 빼먹지 말고, 완전히 수포가 사라질 때까지 사용하기 바란다.
- 육류와 밀가루를 끊는 등, 생활습관을 극적으로 바꿀 필요가 없다. 평생 고기를 먹어왔는데, 갑자기 고기 때문에 한포진이 생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매일 마시던 커피를,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로, 하루 몇 시간씩 운동하지 말고, 처음에는 30분, 그리고 1시간 정도로 가볍게 운동을 시작하는 식으로 개선하면 충분하다.
- 나의 경험을 기준으로는 수포는 터트리는 게 좋았다. 단 터트릴 때는 알코올로 수포 부위와, 바늘을 닦아서 소독을 확실히 해줬고, 수포를 터트리고 나서는 반드시 2차 소독을 하고 연고를 바로 발라줬다.
- 굳이 효과에 좋다는 무슨 식품, 보조제, 사제 연고 등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것. 물론 도움이 있는 제품도 있겠지만, 굳이 그런 것에 혹해서 돈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으로 단돈 몇천원의 약값, 연고값만 들이고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아마 한포진을 검색해본 사람이라면, 얻을 수 있는 양질의 정보가 많지 않다. 전부 한의원, 피부과 광고이고, 건강식품, 보조제 광고들뿐이다. 그런것에 현혹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일상을 엿보다 > 주저리주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포진 발병후기 - 한포진이란? 증상은 어떻게 될까 (0) | 2020.09.28 |
---|---|
2.28 헌혈의집에서 헌혈을 했다. (0) | 2020.04.07 |
대구 상리공원 서편 고속도로 진출입로 공사 완료 (0) | 2020.03.31 |
김하진의 우리우리 특갈비탕 진짜 후기 (0) | 2020.02.08 |
달서구 이앤씨이노비즈타워 '카페 모꼬지' (0) | 2019.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