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8월 2일) 일본은 경제산업성을 통해 대한민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과의 무역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만 하게 되었다. 원래는 별도의 승인 없이도 무역이 가능했지만, 중간 과정에 일본 정부가 개입함에 따라 의도적으로 무역 승인을 늦출 수도 딴지를 걸 수도 있게 되었다. 이번 사태는 의도적으로 대한민국의 경제에 타격을 입히고, 분열을 유도하려는 일본의 외교적, 경제적 도발이라고 생각한다.
대법원 판결에 어떻게 행정부가 개입하겠는가?
일본이 이번 무역보복조치를 시행하는 배경에는 대법원의 강제 진용 판결이 있다.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 (신일철주금 <일본제철>)에 손해배상 청구를 했고, 대법원은 2018년 10월 피해자들에게 1억 원씩 보상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대구지방법원에서 일본 기업의 자산동결과 압류에 들어가자 일본 정부는 반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청와대와 외교부에 대법원 판결이 일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내도록 협조를 해달라고 부탁했고, 청와대와 외교부는 삼권분립 원칙에 의거 대법원 판결에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
삼권분립의 원칙은 초등학교 사회시간에도 나오는 가장 기본적인 국가운영원칙이다. 국가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로 나뉘며 각 부는 독립성을 보장받고 서로를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사태에 적용해보면 청와대(행정부)가 대법원(사법부)의 판결에 관여할 수 없다. 이는 민주시민이라면 당연한 상식이다. 하지만 일본은 기본적인 민주절차를 무시하고 국가 간 상호 신뢰를 무너트리는 내정간섭을 시도했다. 선 시비는 일본에서 걸어왔던 것이다.
독도 영유권 도발 때도 우리는 최대한 신사적으로 대해줬다.
즉 일본의 이번 무역보복조치는 한국 대법원 판결이 마음에 안 들어서 생긴 일이다. 사법부의 판결을 외교적으로 결부시켜 도발로 간주했다는 것이다. 이는 외교적 결례로 국가 간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데 이걸 넘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해대며 교과서 개정 등의 외교적 도발을 해올 때도 일본에 무역보복조치 같은 짓은 하지 않았다. 끽해봐야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하는 정도의 외교적인 대응을 해왔다. 일본 행정부에 압력을 넣은 적도 없다.
그들이 야스쿠니에 참배를 할 때도 우리는 외교적으로 항의하는 선에서 끝냈다. 일본 헌법에는 국가기관이 종교 관련 기관에서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제20조의 내용과, 공공비용(세금)은 특정 종교기관이나 단체에 사용될 수 없다는 제89조 조항이 있다. 우리나라 정부가 일본 헌법 조문을 들어가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막으려고 시도한 적이 있던가? 이는 일본 국내법이고 일본 사회의 문제이고 그들을 존중했기 때문에 언급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대한민국 사법판결을 존중하지 않고, 판결에 영향을 끼치려는 도발을 시도했다.
당장의 책임공방은 접어두고 힘을 합칠 때.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치권은 한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쪽은 내부 싱크탱크를 통해 이번 사태가 총선에 유리할 것이라는 선을 넘는 보고서를 내놓지 않나, 다른 한쪽은 사태 해결은커녕 책임론에만 몰두하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을 위해 봉사하는 국회의원들이 맞는가 의심스럽다. 책임이 누구한테 있느냐는 이번 사태가 해결되고 나서 청문회를 하든 국정감사를 하든 늦지 않다. 물론 본인도 현 정권이 외교적으로 몇 가지 실수를 했고, 이것이 대법원 판결과 맞물려서 일이 커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지금 대통령이 물러난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느냐? 문재인이 일본한테 싹싹 빈다고 해결되느냐? 그것도 아니다. 지금 당장은 일본의 보복조치에 대해 초당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부품소재 국산화를 하는데에 아낌없이 지원해주고, 이런 지원을 책임지는 현 정부에 대해 국회에서도 협조를 해줘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국민적 대응방법으로 불매운동을 하는 거 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불매운동한다고 하면 미개하다느니, 뭐니 발끈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이해가 안 간다. 불매운동하는 게 본인이랑 무슨 상관이길래 그렇게 발끈하는 건지? 불매운동 지지 안 할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불매운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일부의 목소리가 난 너무 무섭다. 과연 어느 나라 국민인지 묻고 싶다. 일부는 이성적 인척 하면서 한국인의 냄비근성과 연관시켜서 불매운동을 폄훼하는 주장을 한다. 어찌 보면 일부분 맞는 소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위기상황에서 국민 단결을 하지 말라는 건 그냥 앉아서 죽으라는 소리와 다를 게 없다. 또한 국민들이 특정 사안에 힘을 합치는 것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시민사회의 본질이다. 당연한 현상을 두고 한국인만 유별나다는 당연하지 못한 소리를 해대면 난감하다.
일본이 이번 사태를 안 일으켰다면 모를까, 이미 일으킨 상황에서 가까운 미래에 이 같은 일이 또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불매운동과 더불어서 부품 국산화를 통해 대한민국이 더 이상 비굴하지 않는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생각해보다 > 정치와 사회에 대해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화수소 중국산으로 계상 이유, 수출입 통계작성 근거 (0) | 2019.09.08 |
---|---|
신적폐의 망령 (0) | 2019.08.27 |
황교안은 과연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을까? (0) | 2019.07.14 |
자유한국당 황교안 쓰레기차 사건 (0) | 2019.06.27 |
맞는 말과 상황에 맞는 말 - 민경욱의 골든타임 발언을 보며 (0) | 2019.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