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 플러그인>
![]() |
|
2018.05.28
책 제목 : 검사내전
저자 : 김웅
출판사 : 부키
우리 부대에는 병영쉼터라고 해서 옥상에 가건물로 도서관과 사지방 (사이버 지식정보방)이 합쳐진 공간이 있었다. 매달 군단에서 진중문고 책을 내려주는데 검사내전도 그 중 하나였던것같다. 진중문고판의 특징 중 하나는 사이즈가 컴팩트하고, 의외로 인기있는 신간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은근 인기가 많았었다. 검사내전도 재밌다는 입소문이 나서 돌고 돌아 우리 소대 반장이었던 모 중사도 읽었던 책이다.
현직에 있는 '김웅' 검사가 자기가 겪은 사건들을 엮은 책이다. 각종 사기사건부터 시작해서, 가정사건의 내면까지 재밌으면서도 때론 진중하게 풀어내고 있다. 남 등쳐먹는 사기꾼들이 얼마나 악랄하고, 인간 본성부터 못되어먹었는지 제대로 알게 되었고, 항상 피해자가 되는 일반 서민들의 처지, 사연을 읽으면 읽을수록 너무 슬프고 안타까웠다. 사기꾼의 말에 홀리지라도 않으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신분상승을 이뤄낼 수 없는 요지경 사회에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안타까운 사연도 있는 반면, 욕심에 눈이 멀어 재산을 홀라당 까먹은 목사의 사연도 나온다. 이 사건을 소개하면서 김웅 검사가 한 말이 인상 깊었다. "그러나 그 많은 정보들을, 목사님은 못 본 것이 아니라 안 본 것이다. 밤하늘에 별이 아무리 많아도 욕심이라는 간접조명이 생기면 보이지 않는다". 항상 욕심부리지 말고, 적당히 만족할 줄 아는 삶을 살아야겠다.
학급폭력 사건을 다룬 <아이에게 화해를 강요하지 말라>라는 파트. 피해자는 적절한 보상과 사과를 받지도 못했는데, 우리 어른들은 화해와 합의를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학교를 다녀보았다면 한 번쯤 보았을, 있었을법한 공감 가는 이야기라 더욱 와 닿았다. 스승이라는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지는 못할 망정, 사건을 키우고 싶지 않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구원받지 못하고 마음의 문을 닫거나, 잘못된 선택을 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런 학급폭력사건은 굳이 부모가 되어보지 않아도, 내 또래, 내 동생의 이야기라고 생각되어서 항상 크게 느껴진다.
진정 용서하고 망각하는 유일한 방법은 응징 혹은 정당한 징벌을 가하는 것이다. 죄인이 적절하게 징벌되고 나서야 나는 앞으로 움직일 수 있고, 그 모든 일과 작별할 수 있다. -슬라보예 지젝-
검사내전에서는 단순 사건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김웅 검사가 생각하는 한국 법률 구조와 윤리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직접 사법부에 몸을 담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법부와 미래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약간 의외였던 것은 직접 사건을 처리하는 검사인데도, 법률서비스는 되도록 받지 않는 것이 좋다고 밝힌 점이다. 솔직히 말하면 의사가 병원에 오지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려서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웅 검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것 또한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합의와 조정으로 해결될 문제들도 소송이나 고소로 이어지게 되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또한 법률서비스의 전문화도 경계한다. 전문화가 되면 될수록 보수적으로 변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종 사회적 지위와 성별에 따라 고무줄처럼 달라지는 사법부의 수사와 판결들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한다. 공정성과 엄정함을 잃은 법은 사회적 기제가 될 수 없듯이, 이런 사법 기조가 유지된다면 결국에는 인공지능에 의한 판결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봤다.
검찰이라는 조직은 상당히 수직적인 관계고 변화에 둔감하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런 유연한 사고를 가진 검사가 존재한다는 게 조금은 다행스럽긴 하다. 검찰은 사법기관이며 권력기관이기도 하다. 검찰 스스로 달라지지 못한다면 결국 존중받지 못하고, 이는 국가 사법시스템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방향이 어찌 되었든 검찰의 미래에 대해, 본인이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지 항상 생각하고 생각하는 자세를 가진 검사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생각해보다 > 책에 대해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수하는 인간 / 정소현 (0) | 2019.09.27 |
---|---|
자유론 (On Liberty) / 존 스튜어트 밀 (John Stuart Mill) (0) | 2019.07.30 |
예언 / 김진명 (0) | 2019.07.19 |
조약으로 보는 세계사 강의 / 함규진 (0) | 2019.07.17 |
위대한 서문 / 장정일 (0) | 2019.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