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주의 감나무. 황교안의 자유한국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영입 1순위 '박찬주 전 대장'. 내가 군 입대하기 불과 한두 달 전 공관병 갑질 사건으로 기수열외 당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그 사람이 맞나 의아할 정도로 너무 뜬금없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제1야당의 인재영입 1순위로 뽑힐 수 있었는지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2030 민심이반을 일으켰던 조국 사태를 보고도, 자유한국당은 정신을 못 차리고 똑같은 상황을 연출해내고 있다. 이 나라 정치판에 희망은 있는가?

 

 

공관 감나무는 공관병이 따는게 맞다?

 

박찬주 전 대장의 부인은 비오는 날 공관에 있는 감나무를 따도록 공관병에게 사적 지시를 내렸다. 공관에 있는 나무이기 때문에 공관병이 관리하도록 하는 건 잘못이 안된다. 다만 이는 정상적인 지휘계통을 거쳤을 때 이야기다. 박찬주 부인은 군인사상 아무런 지휘권이 없는 민간인이다. 민간인이 병사에게 사적 지시를 내렸다는 게 문제다. 다음으론 비 오는 날 그런 지시를 내렸다는 게 더욱 문제다. 내가 군 생활하면서 봐왔던 모습이랑 전혀 다르다. 군대에서 비 오는 날이면 낙뢰 떨어진다고 높은 곳에는 못 올라가게 하고, 낙뢰 조치한다고 부대 내에 있는 안테나를 전부 내리게 했다. 흡연하러 슬리퍼 신고 가면 미끄러진다고 무조건 활동화, 비가 많이 오면 전투화 신게 했고, 건물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무조건 지휘통제실에 보고하고 나가도록 했다. 그만큼 안전사고에 민감한 곳이 군대인데, 다른 나무도 아니고 가지가 잘 부러지는 감나무에 오르라고 지시한 것은 상당히 정신 나간 행위라고 생각된다.

 

박찬주의 인식이 문제다.

 

 본인의 행위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것도 상당히 문제다. 이는 박찬주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점을 인지하지도 못하는 자유한국당 또한 문제다.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쌍팔년도 인식에 사로잡혀서 군대는 부조리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고 다니는 게 정상인가? 공관병에게 그런 지시를 한 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박찬주 본인 스스로 장담할 수 있나?

 

 내가 군생활 할 때 우리 부대의 군단장님은 간부가 병사에게 사적지시 및 욕설, 폭언 일체 못하도록 지휘관급 인사 모두를 군단사령부로 여러 번 불러 들어 직접 설교할 정도로 병사 인권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었다. 그 분이 사단장이었을때도 모범을 직접 보여주니 사단 사고율 제로 달성. (이건 직접 사단훈련소에서 들은 내용이다). 그 분이 군단장으로 진급하셨고 나도 그 군단 예하 부대에 배속받았다. 그 뒤로 우리 부대가 어떻게 되었냐고? 간부가 병사를 존중하면, 병사들도 간부를 존중하고 진정으로 따른다. 덕분에 내 친구들이 술자리에서 자기들이 겪은 각종 사고, 부조리 썰을 풀 때 너무 놀랐을 정도로 부조리 없고, 사고없는 부대에서 무사히 전역했다. 

 

 내 기준에서 보면 박찬주는 흔히 말하는 씹폐급 지휘관이다.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정치판에 기웃거리는것은 어쩌면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이런 갑질이 몸에 절어있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어떤 갑질이 또 일어날지 상상도 하기 싫다. 박정희 전두환 시대도 아니고, 그때 감성마냥 군인을 국회의원 시키겠다 이건 그냥 젊은 사람들 표 포기하겠다는거나 마찬가지다. 

 

스스로 접시물에 코박는 황교안의 자유한국당.

 

 

 정상적인 대한민국의 20대 남성이라면 이번 자유한국당의 결정을 좋아할 사람.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2030들에게 가장 민감한 것이 병역인데, 군대에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인재영입 1순위라고 데려오고, 기자회견 시키니 얼마나 참담한가. 조국 사태가 그 정도로 커졌던 이유는 깨끗한 줄 알았던 사람도 똑같이 기득권이고 꼰대였고 철면피였기 때문에 2030에서 들불처럼 들고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미 선행사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청년 민심을 전혀 읽지 못한 이번 선택은 자유한국당이 진정한 틀딱 정당, 수구꼴통 정당이란 걸 스스로 낙인찍어버렸다. 

 

 미필 황교안이 이런 선택을 했다고 하니, 그럴만하다 싶다. 군대도 안 갔다 왔으니, 박찬주 영입하면 20대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전혀 예상도 못했고, 군대를 안갔다왔으니 박찬주의 잘못도 모르는 게 아닐까. 본인이 잘 모른다 싶으면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나을 때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