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 시즌 2를 얼마 전에 보았다. 시즌1을 너무나도 재밌게 봤기 때문에, 시즌2도 엄청 기대를 했다. 왓챠를 통해 감상을 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속도감 있는 극 전개와, 개성 있는 주요 등장인물들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 등장한다. 하지만 7년이라는 세월을 거스를 수 없었는 듯 주인공들의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고, 소리칠 때 목소리가 갈라져서, 세월이 그만큼 지났다는 게 체감이 된 것 같다.
시즌2는 등장인물 간의 야망과 소신의 대립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월급쟁이 은행원들의 야망과, 정치인의 야망들. 그 야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더럽고 비열한 음모들. 더럽고 비열한 음모에는 당연히 피해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어김없이 피해를 보는 한자와의 양심이 그들의 음모들을 저지한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서 정치와 은행이 만나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이 과정에서 양심 있는 인물들의 소신과 선택들이란 어떤 것이며,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줄거리
처음 1화부터 5화까지 내용은, 유력 IT기업을 매수하려는 전뇌집단과 그들을 뒤에서 지원하는 도쿄중앙은행. 그리고 이런 은행과 싸우는 자회사 도쿄 센트럴 증권 간의 싸움이다. 시즌1에서 오오와다가 한자와에게 패배하고, 오오와다의 충신 이사야마는 부행장 라인으로 갈아타게 된다. 여기서 그의 충심을 보여주기 위해, 센트럴 증권 한자와가 맡고 있던, 전뇌집단의 대규모 매수 계획을 낚아챈다. 여기서 대립구도를 살펴보면 살아남기 위한 이사야마의 야망, 은행장이 되기 위한 부은행장의 야망, 그리고 IT기업을 부적절한 방식으로 매수하려는 전뇌집단의 야망이 존재한다. 그에 맞서는 건 유력 IT기업을 만들어내겠다는 스파이어의 대표 세나의 소신과, 그의 자문사가 되어 오직 고객의 이해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한자와 팀의 소신이 존재한다.
이후 6화부터 10화까지는, 국유항공사인 제국항공을 재건하기 위해, 은행으로 복귀한 한자와와, 정권 지지율을 위해 은행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치세력 간의 싸움이다. 총리와 여당 대표는 제국항공을 재건하기 위해 채권 감면이라는 은행의 희생을 강요한다. 빌린 돈은 반드시 받아내야 하는 은행은 채권 감면 없이 제국항공을 재건할 수 있다고 맞선다. 여당은 새로 앉힌 여성 장관을 필두로 은행의 약점을 들춰내 압박하고, 한자와는 포기 직전의 상황까지 몰리게 된다. 여기서의 대립구도는 지지율 회복이라는 야망을 위한 총리와 야당, 빌려준 돈은 반드시 받아낸다는 소신을 지켜야 하지만, 정부라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적을 마주하기 싫은 은행, 이 과정에서 꼭두각시처럼 놀아나는 여성 장관의 야망과 정치소신의 대립이 존재한다.
야망과 소신이 마주치면
어떤 직업이나, 그 직업인이 가져야 할 야망이 존재하며, 동시에 양심과 소신도 존재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야망과 양심, 그리고 소신이 서로 부딪히는 경우를 많이 경험한다. 이렇게 부딪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다. 하지만 모든 선택의 기저에는 최소한 그 직업인으로서 가져야 할 양심과 소신이란 게 존재한다. 아무리 야망을 좇더라도 더 이상 양보 못할 선이란 게 존재한다.
극중에서 정치인의 야망은 바로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이었고, 은행원의 야망은 은행을 지키고 은행의 목표를 수행하는 것에 있다. 은행의 목표는 돈을 빌려주되, 반드시 받아내는 것에 있으며, 이는 곧 소신과 연결된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야망을 위해 은행의 야망과 소신을 포기하라고 겁박한다.
여기서 주목해야할점은 등장인물들의 태도변화다. 제국항공의 채권을 가지고 있는 은행들은, 정부의 겁박에 순순히 채권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이는 은행원이 가진 소신의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은행원들은 기자회견장에서는 순순히 포기하지 않고, 주거래은행과 주준거래 은행의 선택에 따르겠다며 소심한 반발을 하기 시작한다. 항상 한자와와 대립하던 오오와다 역시 은행이 살아남기 위해 정부안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소한 지켜야 할 은행원의 소신을 건드리자, 단호하게 정부의 채권감면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고 나서며, 한자와를 지원하기 시작한다.
특히 국토부 여성 장관인 시라이 아키코는 총리가 되겠다는 야망과, 깨끗하고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소신이 계속해서 부딪힌다. 그녀를 뒤에서 지원해주는 여당대표인 미노베의 비리를 알게 되고, 계속해서 장관을 얼굴마담 취급하며, 계속해서 은행을 압박한다. 곧 시라이 장관이 가지고 있던 최소한의 양심의 선을 넘어버리자, 시라이 장관은 정부에 맞서 기자회견에서 미노베의 비리를 폭로하는데 동참한다.
극중 악역들은 자신들의 야망을 위해 소신을 저버린 인물들의 집합이다. 이사야마는 개인 영달을 위해, 은행과 증권사 사이의 존재하는 룰을 깨버린 것이고, 전뇌집단은 일본 내 최고 기업이 되겠다는 야망을 위해, 부도덕한 회계에 손을 대 버린다. 여당 대표인 미노베는 지지율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야망에 눈이 멀어, 비리를 저지른다. 하지만 주인공인 한자와는, 오오와다는, 시라이 장관은 소신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극중에서 소신을 저버리고, 야망을 좇는 인물들은 항상 앞서 나가며, 처절할 정도로 비열하게 그려내고 있고, 소신을 좇는 인물들은 매 선택의 과정을 고통스럽게 표현해내고 있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항상 남의 고통과 갈등 상황을 이용해 먹고, 뺀질거리는 사람들과 개인 소신에 따라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처음에는 뺀질거리는 사람들이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이고, 정직하게 일하는 나만 바보 되는 느낌을 떨쳐낼 수가 없다. 매 순간 정직을 포기하려는 고통스러운 갈등의 순간이 몰려온다. 하지만 비열한 모습을 보여주던 뺀질이들은 어느 순간 진급과 승진의 벽에 막혀버린다. 어느 순간 내 눈앞에서 사라져 있다. 결국에는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이 어떤 단체든, 직장이든 끝까지 살아남는다. 한자와 나오키의 작가는 그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비열해지지 말자. 고통스럽더라도 결국에는 소신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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