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보도가 되고 있는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에 대해서 약간의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한강에서 그런 사건이 있었고, 친구라는 사람이 의심을 받고있다는 정도로만 알고있었는데 오늘 밖에 돌아다니면서 너도나도 대학생 사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또 들어주고하면서 다른쪽으로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경찰 수사결과가 나오면 그때가서 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친구의 행동이 의심스럽다는 것은 나도 느끼지만 그렇다고해서 범죄사실에 대해 어떠한 형도 확정이 되지 않은 그 사람에 대해 자유롭게 씹을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혼자만 의심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 집단으로 유튜브와 커뮤니티에서 범인으로 이미 낙인찍어놓고 너도나도 분풀이를 하기 시작하는데 정말 이게 맞는걸까? 2차부검으로 실족사인지 살인인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친구라는 사람의 아버지가 세브란스 의사라더라, 로펌 변호사라더라, 뭐 경찰서장이라더라, 근거없는 억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미 우리들은 채선당 사건, 세모녀 사건에서 집단 광기와 인민재판의 모습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때도 네티즌들은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나쁜사람 취급해가며 비난하지 않았던가. 그때도 어김없이 이런점이 의심스럽다는둥, 누구가 배후에 있다는 둥 단체로 씹어대고, 중립기어를 박자는 사람에게는 "네 가족이 당했어도 그렇게 말할꺼냐" 라면서 집단 린치를 가했었다.
이번 사건은 유독 네티즌들이 개인적인 추리를 하면서 사태를 더욱 크게 만들고있다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물론 그 배경에는 버닝썬, LH사태와 같은 경찰이 보여줬던 무능력한 모습들이 있었겠지만...그리고 네티즌들 일부중에는 친구들과 방탈출 카페에 놀러온것 마냥 되도않는 추리능력을 뽐내며 그저 씹을 대상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어보인다. 이들은 죽은 대학생의 진상에는 관심이 없어보인다. 그저 방구석에서 추리놀이를 하며, 뒤에서 비난하는것에 순수한 재미를 느끼는 인간부류다.
확실한 것은 이 글을 쓰는 나나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나, 우리모두는 경찰도 검찰도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들은 그저 경찰이 브리핑 한 내용을 2차로 가공한 기사를 접하는, 즉 제한된 정보를 접하는 일개 시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감정을 앞세워서 상상력을 가미하다보면 분명히 또다른 피해자가 생길것이 불보듯 뻔하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에서 보듯, 빨리 범인을 찾아내야한다는 압력에 못이겨서 이춘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누명을 쓰게 된다. 경찰 수사에 대한 압박이 진상을 밝히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부작용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미 경찰차가 6대가 왔다더라, 누가 세브란스 의사 아들이라더라, 친구라는 사람이 블랙박스 제공을 안하고 있다더라... 같은 수근덕대던 이야기들이 전부 거짓으로 판명이 난 상태다. 이쯤되면 다들 경찰 수사에 대한 답답함은 조금 가라앉히고 조금만 더 이성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에 하나 친구라는 사람이 범인이 아니라면, 결국 그동안 받은 비난은 그 친구라는 사람이 온전히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 뒤에서 추리하고, 뒤에서 씹고 뜯었던 사람들은 조용히 글과 댓글들을 삭제하고, 티비에서 하는 예능프로를 보며 웃고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나 마시며 평범한 일상생활을 즐기겠지만, 비난을 받은 당사자들은 그렇지 않다. 전국민적으로 비난을 받은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만에 하나' 라는 가능성에 대해 다들 조금만 더 조심스러워 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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