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를 오늘 2차로 보고 왔다. 노출에 중점을 두는 사람이라면 한번 보고 말것이나, 나같은 경우에는 노출말고도 영화가 보여주는 영상미와 음악, 그리고 묘한 분위기에 이끌려 다시 보고 싶어졌다. 숙희(김태리)가 정신병원 입원되는 장면은 다시봐도 떨리고 심장이 쿵쾅거리더라. 그리고 다시보고 한가지 알아낸 놀라운 사실은 끝단이도 사실 동성애 취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맨 처음에 끝단이가 계속 "그 여자 예뻐요?" 라고 묻는 장면, 그리고 숙희가 끝단에게서 배웠다는 장면을 지금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무릎을 딱 치게 만든다. 진짜 끝단이의 저 대사는 아무 생각도 없이 넘어갔었는데....와...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
1. 하정우의 발음 문제
하정우의 발음이 매우 아쉬웠다. 첫번째로 하정우가 장물어미 집에 찾아와서 코우즈키 집안의 내력을 설명 할 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로바로 알아듣지를 못했다. 그리고 냉면을 먹고난 뒤 하정우가 김민희방에 문을 두드리며 말을 하는 장면! 1차로 봤을때 웅얼웅얼 거리길래 전혀 못들었고, 2차때는 "제주도놈이" 까지만 알아들었다. 말을 너무 빠르게 했고 무엇보다 발음이 안좋았음. 이외에도 한두개 대사가 안들리긴 했는데 크게 지장주는 정도는 아닌듯.
2. 숙희가 복순(이용녀)한테 편지를 쓰고, 복순이 읽는 장면
숙희가 도움이 필요하다며 편지를 쓰고, 복순(이용녀) 할매가 읽는 장면에서 갑자기 이모부(조진웅)이 함경북도로 떠나는 장면으로 전환되어서 깜짝 놀랐다. 이 부분의 편집을 의도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였음. 딱히 의도한바도 못찾겠고...
3. 은방울 결말
꼭 은방울장면에서 끝을 냈어야 했나...? 은방울씬 끝나고 늦은 밤 상해에서 내린 두 사람의 모습이 나오면서 바로 보름달장면으로 넘어갔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해봤다. 그게 더 극적이고 진정한 자유를 얻어냈다는 상징적인 의미로도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였을텐데... 왜 하필 은방울 장면이었을까. 괜히 이 장면을 결말로 맺는 바람의 영화가 '간신' 수준으로 평가를 받는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
1. 진심으로 카메라감독과 미술감독에게 상을 줘야한다. 개인적으로 김치영화중에서는 역대급인 영상미가 아니었을까?
2. 서재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부에서 히데코의 자살을 막고 떠날때 서재에 들러서 변태적인 책들을 모조리 훼손시킨다. 이때 깔리는 배경음악이 너무 좋았고, 히데코의 "나의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 나레이션이 깔리며 억압의 장소 경계선이었던 뱀의 대가리를 숙희가 깨부수는 장면이 가장 강렬했다. 영화 끝나고나서도 계속 생각나는 장면.
3. 영화를 보면 정사노출씬에서 여러가지 체위가 나온다. 정사씬에서 서로 진짜 느끼는게 아닐까 (물론 공사는 했겠지만) 생각이 들 정도로 리얼했던게 좋았다. 정사씬보다 더 마음에 드는게 키스신. 키스만으로도 이런 수위를 낼 수 있다는게 놀랍기만 하다.
4. 배우들의 일본어 발음이 너무 맑고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다. 낭독회 장면은 남성들의 더럽고 변태적인 성욕들을, 보는 내가 역겨울정도로 잘 표현했고 동시에 문소리와 김민희의 낭독 장면에서 일본어 발음이 왜그렇게 귀에 쏙쏙 들어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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